“이 학교에는 제 등수까지만 이 과로 지원하고, 책은 이걸 읽으라고 하셨어요.”
아이의 영혼 없는 목소리에 의식하지도 못한 채 미간을 찌푸렸다. 아이는 모든 활동과 독서 기록을 마치 정해진 답이 이미 있는 듯이 남기고 있었다. 그리고 진로희망란의 내용도 자신의 생각보다는 타인의 생각이 더 많이 들어간 듯 했다.
“넌 그럼 꿈이 이게 아니니?”
“실은 잘 모르겠어요. 그냥 학교에 합격하는 게 중요하니깐요. 진로는 가서 고민하려고요.”
어찌 보면, 아이의 판단이 현명해 보이기도 한다. 진로 희망을 지금 정한다고 해도 그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세상을 보면서 고민할 시간은 분명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그러했고, 필자의 많은 제자들도 고교 때부터 뜻하던 대로 진로를 결정해서 그대로 직업을 가진 경우보다는 대학생활까지 고민 끝에 진짜 자신의 적성을 찾은 아이들이 더 많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은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어찌 보면 21세기를 위한 전형이란 생각이 든다. 세상은 변하고 있고 이제 그 변화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사회에 지식보다 중요한 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는 능력이다. 이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어려서부터 치열한 고민은 필요하다.
그런데 불행히도 실제 만나는 대다수의 아이들은 아직도 자신의 꿈보다는 ‘합격 사례’를 통해 자신을 거기에 끼워 맞춘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아이들이 같은 꿈을 갖고 똑같은 준비를 할 수는 없는데도 말이다. 마치 맞지 않는 옷에 자신의 몸을 욱여 넣는 것처럼 보인다. 앞의 아이와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아이는 자신이 접한 성공사례에서 언급된 책을 독서기록으로 남기고 그 사례 속 활동을 따라서 한다. 자기소개서도 비슷하게 쓴다. 새롭지도 않고 개성도 없다. 비슷한 소재를 비슷하게 썼으니 그럴 수밖에.
필자는 아이들에게 타인의 자기소개서나 성공사례는 참고만 할 뿐, 절대 자신에게 대입해서 생각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 사람과 나는 동일한 사람이 아니다. 분명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현재 처한 상황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 그렇게 해서 기존의 사례 에서 학생이 합격했었다면. 올해에는 더욱 더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를 한다. 일전에 ‘곤충소년’의 합격으로 수많은 곤충소년들이 나타났던 것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합격 사례는 그와 유사한 사례들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심사를 하는 사람의 눈에 ‘식상함’을 불러일으킬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비슷한 학생부 내신 성적과 비슷한 활동을 했음에도 떨어졌다는 경우 역시 적지 않게 접하곤 한다. 분명 전년도에 자신의 동아리 선배가 이런 활동과 과정을 통해 명문대에 합격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배는 실패했다. 같은 동아리 활동. 같은 보고서, 같은 상, 비슷한 성적대임에도. 바꾸어 생각해보자. 비슷한데 합격률이 올라갈까? 이미 그런 학생은 뽑았었다. 그럼 또 다시 재차 물어오기도 한다.
“비슷한데 어떻게 하나요?”
“왜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너랑 걔는 다른데! 완전히! 자기소개서가 그래서 존재하는 거야.”
같은 활동을 했다고 해도 ‘배우고 느낀점’도 같을 리 없다. 백인백색이니깐. 자신의 개성을 담을 수 있는 자기소개서 활용을 여기서 최대한 해보자. 똑같은 그림을 보고도, 누구는 슬퍼하고 누구는 기뻐할 수 있다. 그게 사람의 매력이지 않나. 사람에게는 양적으로 판단이 안 되는 뭔가 딱 떨어지게 판단 내릴 수 없는 다양한 매력이 있다. 그걸 평가하는 것이 ‘정성평가’, 바로 학생부종합전형이다.
[조선에듀 ed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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