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존경받기보다, 학생들 존중하는 교사 될 거예요"
◇"아이들 얼굴 보니 긴장 풀리네요"
지난 3일 오전 9시 서울금양초등학교 6학년 7반 교실. 화장기 없는 앳된 얼굴의 담임 선생님이 칠판에 '오늘의 학습 목표'를 적었다. 3월 1일 자로 이 학교에 발령받은 전지현(25) 교사다. 아이들이 큰 소리로 글자를 따라 읽었다. "'우리'를 알아봅시다!"
- ▲ 영어·도덕 담당 박은정 교사(왼쪽)교생 실습하며 사명감 느껴 제자들과의 약속 꼭 지킬 것 / 6학년 담임 전지현 교사 (오른쪽)초 5학년 때부터 꿈 키웠죠 1순위는 아이들 이름 외우기/ 양수열 기자
전 교사는 아이들의 작품을 보며 "잘했다" "좋아!" "○○이 센스 있네" 하며 아낌없이 칭찬했다. 장난칠 기미가 보이면 "○○아, 바른 자세!" "○○아, 자꾸 그러면 선생님이 화낼지도 몰라요" 하며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박수빈 양은 "선생님이 벌써 우리 이름을 거의 다 외우신 것 같다"며 신기해했다.
1교시가 끝난 뒤 전 교사가 웃으며 말했다. "설레서 잠이 잘 안 왔는데 출근해서 아이들을 만나려면 컨디션이 좋아야 하니까 억지로 일찍 자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실 긴장했는데, 우리 반 아이들이 너무 생글생글 잘 웃어줘서 풀렸습니다."
- ▲ 일 서울 금양초 ‘새내기 교사’들의 첫 수업 현장. 박은정 교사가 3학년 4반 아이들을 대상으로 영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양수열 기자
"I will write a number. 선생님이 칠판에 숫자를 쓸 거예요. 선생님과 관련된 숫자예요." 박 교사가 칠판에 '92'라는 숫자를 적었다. "선생님의 외할머니 나이 아닌가요?" "틀렸어요." "선생님이 태어난 해요!" "정답!"
박 교사는 "첫 수업을 앞두고 긴장해서 어제는 밥도 잘 못 먹었다"고 털어놨다. "막상 수업 들어가니 긴장이 풀리네요. 1년 동안 함께할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추억되고 기억되는 선생님 되고파"
빈 교실에서 두 선생님을 다시 만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을 보며 교사의 꿈을 키웠어요. 참 따뜻한 분이었어요. 아이들을 챙기고 보살피는 모습을 보며 나도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전 교사) "저는 솔직히 부모님 권유로 교육대학교에 진학했어요. 대학교 2학년 때 미국 미네소타주 스트라이드 아카데미로 교생 실습을 나갔어요. 거기서 부진아를 일대일로 맡아 한 달간 지도했는데,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아이가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며 사명감을 느꼈어요. '아, 교사가 내 길이구나' 생각하게 됐지요."(박 교사)
- ▲ 전지현 교사가 담임을 맡은 6학년 7반 아이들과 함께 ‘우리를 알아봅시다’라는 주제로 서로를 소개하고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양수열 기자
두 교사가 출근을 앞두고 고민한 부분은 '아이들과 친해지기'였다. 전 교사는 "지금 가장 집중하는 건 '이름 외우기'"라고 했다. "제가
이름을 잘 못 외워서요(웃음). 그래서 아이들이 목에 걸고 다니도록 명찰을 만들었어요. 어제 일찍 출근해서 책상에 미리 올려놨습니다. 반
아이들이 24명인데 하루 만에 절반은 외운 것 같아요." 박 교사는 "교과 전담이라 수백 명의 아이를 만나야 하는데 이름을 다 외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그래서 노트를 하나 마련했어요. 아이들의 이름과 특징, 행동들을 기록해두면 이름도 금방 익힐 수 있고 수준별 수업도
가능할 것 같아서요."
수업 준비는 신임 교사가 가장 매진해야 할 부분이다. 전 교사는 "한 시간짜리 수업을 준비하려면 한 시간
이상의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집에 가서 4~5시간은 수업 준비에 매달린다. 기존 자료가 전혀 없으니 모든 걸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어떻게 선배 교사들에게 잘 배울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에요(웃음)."
두 교사는
"아이들에게 '추억되고 기억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교사가 되기보다는 학생들을 존중하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선생님' 하면 제 이름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전 교사) "원칙을 지키는 교사가 되고 싶어요. 제자들과의
작은 약속도 반드시 지키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박 교사) 조선.com 1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