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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목이 타들어 가고 있다…‘자연의 역습’

연꽃천국 2015. 11. 19. 18:26

지구의 목이 타들어 가고 있다…‘자연의 역습’

한반도가 2년 연속 가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올해 중부권의 누적 강수량은 예년의 50% 정도에 불과합니다. 지난 1973년 체계적인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비의 양이 가장 적습니다. 한반도는 여름철에 1년 강수량의 60% 정도가 내립니다. 여름에 비가 집중되는 기후 특성 때문에 여름에 내리는 비를 저장해 이듬해 봄까지 버티는 물관리 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름에 내린 비가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내년 6월 장마가 시작되기 전까지 예상되는 비로는 부족분을 채우지 못할 것으로 보여 지금의 가뭄이 내년 봄까지 이어질까 우려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현재 가뭄으로 가장 고통받는 곳 가운데 하나가 미국 서부의 캘리포니아입니다. 4년째 심각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와의 상황이 조금 다르지만, 캘리포니아 가뭄의 실태와 원인을 현지에서 취재했습니다.

가뭄 상황도
▲ 미 항공우주국 NASA가 위성으로 관측한 전 세계 가뭄 상황도(2015년 4월, 예년 대비 물 부족량)



■ 캘리포니아 주지사 긴급 명령, "물 사용량 25% 줄여라!"

지난 4월,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캘리포니아 도시 지역 주민들에게 '물 사용을 25% 줄이라'는 긴급 명령을 발동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식당에서는 손님이 별도로 요구하지 않으면 물을 주지 않습니다. 모든 화장실에는 물을 아껴쓰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물값도 올라 일정 수준 이상 물을 쓸 경우, 물값에 누진제가 적용되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게 됩니다.
가장 큰 변화는 미국 가정집의 상징인 앞마당 잔디를 걷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물을 줘야 하는 잔디를 물이 필요없는 인조잔디로 교체합니다. 이를 위해 주 정부가 보조금을 주고 있습니다. 녹색의 잔디를 없애고 갈색의 나무 껍데기를 깔기도 합니다. 이마저도 못한 가정집에서는 앞마당 잔디가 누렇게 말라가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잔디
▲ 앞마당 잔디를 걷어내고 인조잔디를 까는 모습



■ 후버댐, 준공 이후 79년 만에 최저 수위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름인 후버댐은 1930년대 뉴딜 정책으로 만들어진 미국 서남부 최대 규모의 댐입니다. 네바다, 캘리포니아 등 인근 4개 주에 물을 직접 공급합니다. 이 후버댐의 수위는 최근 15년 동안 지속해서 떨어졌고, 올해 5월부터는 준공 이후 가장 낮은 수위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한때 만수위를 기록했지만, 현재 수위는 43m나 낮아졌습니다. 후버댐이 만들어지면서 생겨난 인공 호수 미드 호는 가뭄의 상징이 됐습니다. 물속에 잠겨있던 부분들이 물 밖으로 드러나면서 곳곳에 작은 섬들이 만들어졌습니다. 가장자리마다 수십 m에 이르는 누런 퇴적층이 드러나 있습니다.

후버댐
▲ 후버댐 (현재 1936년 준공 이후 역대 최저 수위 기록)



미드 호
▲ 미드 호



■ 가뭄 원인은 온난화, 로키산맥에 눈 쌓이지 않아

미국 캘리포니아의 연 강수량은 500mm 정도로 한반도 강수량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또, 여름보다는 겨울에 강수량이 많은 지중해성 기후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겨울에 로키산맥에 눈이 많이 내리는데, 겨우내 쌓인 눈이 봄철에 후버댐 등으로 녹아들면서 수자원이 됩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로키산맥에 과거보다 눈이 적게 내립니다. 캘리포니아 수자원국은 로키산맥에 적설량이 줄어 봄철 댐으로 흘러드는 수자원이 부족해졌기 때문에 가뭄이 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가 지구의 기온을 높이고, 이에 따라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로키산맥의 적설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여름에는 기온이 더 올라가 증발량도 많이 늘어납니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수자원이 뜨거운 햇볕에 증발해 날아가고 있습니다.


■ 사막에 건설된 도시, 물 사용량 급증

캘리포니아의 가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가 더 필요했습니다. 150여 년 전 미국 서부 개척 시대에 개척자들은 사막을 건너 새로운 도시를 만들었습니다. 지금의 로스앤젤레스가 물이 없는 사막에 세워진 대표적인 도시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캘리포니아는 로키산맥 서쪽 아래에 있는 호수로부터 서남부 해안가까지 물을 끌어오는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캘리포니아는 전 세계에서 관개시스템이 가장 발달한 곳으로 손꼽힙니다. 6개의 노천형 대형 수로가 사막을 건너 물을 공급합니다. 그런데 지난 50년간 캘리포니아의 인구가 두 배 늘었습니다. 사막 위에서 도시가 확장하고,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 잔디를 심었습니다. 또, 곳곳에 수영장까지 만들었습니다. 더구나 캘리포니아 중부 지역은 미국 농산물의 대표 생산지로 유명합니다. 당연히 인구 증가와 농업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물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 4년째 가뭄, 캘리포니아 농업 타격

요즘 캘리포니아 농민들은 우물을 파기 위해 혈안이 됐습니다. 물을 얻기 힘들어지자 곳곳에서 무분별한 관정 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몬드, 체리 등을 재배하는 농장 곳곳에서 이런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수자원국은 지하수의 용량도 한계가 있고, 지반 침하를 일으키기 때문에 앞으로 관정 개발에도 규제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물이 부족해지자 농민들은 선택해야 합니다. 농장 전체에 물을 적게 주든지 아니면 특정 부분에만 물을 주고 나머지는 포기하든지. 그래서 같은 농장 안에서 한 편의 농작물은 말라죽고 반대편은 정상적으로 자라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데이비스 대학은 가뭄 때문에 지난해 캘리포니아의 농업 생산량이 3분의 1 줄었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농업 분야 손실액이 22억 달러에 이르고, 농업 종사자 만 7천여 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올해는 가뭄 피해가 지난해보다 커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농장



■ 극단 처방, 저수지를 검은 공으로 덮어라

가뭄의 1차 피해는 농업에서 시작됐고, 올해는 가뭄 피해가 도시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제껏 물 부족을 모르고 생활하던 도시민들에게 불편이 시작된 것은 지난 4월 주 지사가 발표한 '강제 절수 명령' 때문이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시는 원활한 물 공급을 위해 극단적인 처방까지 도입했습니다. 외부에서 공급된 물을 1차로 저장하는 로스앤젤레스 저수지를 9천6백 만개의 검은 공으로 완전히 덮었습니다. 검은 공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고, 3분의 1 정도 물이 채워져 있어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돼 있습니다.
저수지를 안내해준 로스앤젤레스시 수자원발전국 직원은 검은 공이 저수지 물의 증발을 90%까지 막아내고, 녹조를 사전에 차단해 수질오염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을 만드는 데만 우리 돈으로 410억 원이 들었지만, 물을 절약해 오히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검은색보다는 반사도가 높은 흰색이 더 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시 직원은 실험 결과 검은색으로 공을 만들면 수명이 5년 정도로 더 길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저수지
▲ 9천6백 만개의 검은 공으로 덮은 로스앤젤레스 저수지



■ 물 공급처로 변신한 정수처리소

물 절약을 위해 규제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외곽의 한 정수처리소는 하수도 물을 처리한 뒤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하수 처리 물이지만, 물통을 실은 차들이 줄을 서가며 물을 받아갑니다. 용도는 집 주변 식물에 물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물을 받아가는 한 부부의 차량을 따라갔더니 집 앞에 예쁘게 가꾼 잔디가 나옵니다. 그 잔디 앞에서는 재활용 물을 사용한다는 표지판도 붙어 있습니다. 이런 표지판 없이 잔디를 가꾸다가는 물을 함부로 쓴다고 이웃 주민들이 신고하기 때문입니다. 집 주인은 재활용 물을 사용하면서 물값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자랑스럽게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습니다.

물



■ 물 절약과 통합 물관리 체계로 가뭄 극복

캘리포니아 수도국은 지난 9월 네바다 남부 수도국으로부터 1억 9천만 톤의 물을 빌려왔습니다. 물 관리 주체가 다르지만 '물 은행'이라는 제도를 통해 서로 빌려 주고 여유 있을 때 갚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제 물 절약 명령, 물값 인상, 보조금 지급, 정수처리소의 무료 물 공급, 물 은행 제도 등 비상 체계를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6월 캘리포니아의 물 사용이 27.3% 줄었다고 주 정부가 발표했습니다. 25% 감축이었던 당초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입니다. 물 관리 주체와 지역에 관계없이 가뭄에 총력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미리부터 갖추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댐



■ 캘리포니아 물 부족, 인류가 초래한 자연의 역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캘리포니아의 가뭄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의 물 부족은 단순히 강수량이 적어서 나타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상 기록을 보면 최근만큼 강수량이 적었던 해는 자주 있었습니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로 수자원이 되는 로키산맥의 눈은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인구 증가로 물 사용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바인 대학의 아미르 교수는 지금의 캘리포니아 물 부족을 인류가 초래한 자연의 역습으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막에 도시를 만들었음에도 물 아까운 줄 모르고 물을 물쓰듯 쓰는 지금의 습관으로는 더워지는 지구에서 자연과 공존하기 힘들다고 아미르 교수는 경고합니다.

■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 가뭄과 홍수 잦아진다

지난 10월, 캘리포니아 가뭄과 관련해 흥미로운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미국 퍼시픽 노스웨스트 국립연구소(PNNL)의 윤진호 박사 등은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 현상 탓에 캘리포니아에서 가뭄과 홍수와 같은 극한 기상현상이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금세기 말에는 홍수와 가뭄이 최소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올해는 강력한 엘니뇨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미국 서부에 비가 잦아지고 있고, 홍수로 이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물 공급 구조로 볼 때 겨울철 비는 가뭄 해소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홍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